일본에 살면 주말마다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NHK 하청업체 사람들이다.
파란 옷을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 이 사람들은, NHK에 수신료를 지불하지 않고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계약서를 내미는 일을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가 징수하는 전기요금에 합산해서 지불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서 징수하고 있다.
언젠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벨을 눌렀다.
나는 당연히 택배인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계약서를 들이밀며 ‘법률에 따르면~~~~’ 이라면서 막 얘기하고 나에게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나는 집에 TV가 없는데, 앞뒤 사정도 듣지 않고 무조건 종이를 들이미는 것이 기분이 좀 나빠서,
‘뭘 계약하라는 건가요? 저는 TV가 없습니다만..’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황하며 ‘아.. 그러면 핸드폰은 무엇을 쓰시나요?’ 라고 물어봐서 아이폰이라고 했더니 6개월 후에 다시 오겠다는 무서운(?)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나중에 회사 동료분께 얘기를 들으니, 이 사람들은 TV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전파 탐지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집에 TV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TV가 없는 사람에게 핸드폰 기종을 묻는 이유는, 안드로이드에서는 지상파 DMB 시청이 가능하므로 ‘법률에 따르면’ 계약해야하기 때문이라나.
일본 사람들은 주말에 사원증을 걸고 있는 파란 옷의 사람이 벨을 누르면 대답을 하지 않고, 모르고 문을 열었는데 NHK 사람이라고 한다면, ‘친구네 집입니다’ 라고 둘러대곤 한다고 한다.
요즘은 시스템이 바뀌었는지, 우편함에 계약서가 자꾸 날아온다.
‘일본’하면 과학기술이 꽤 발달한 나라같은 느낌이 있는데, 실제 생활과 행정 업무는 굉장히 예스러운게 가끔씩은 뭔가 귀엽고 웃기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