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아주 오랜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재수할 때 만나서, 대학도 같이 진학하고 심지어 내가 4년 넘게 몸 담았던 국제 동아리까지 같이 활동했던 친구다.
내 일본 집의 첫 손님이기도 했던 친구는, 코로나 이후로 처음으로 우리 집에 다시 놀러왔다.
최근에 힘든 일이 여러가지로 있었던 친구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쉼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
파워P인 내가 최대한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려 미리 갈 식당을 모두 예약했다.
(물론 그 사이 뭘 할지는 몰랐다. 식당 예약만으로도 P인 나는 충분히 계획적이었다.)
그 중 중요한 일정 하나는 바로 오마카세였다.
코스 시작 시간이 좀 늦은 20:30이라, 오모테산도 갔다가, 시부야 갔다가, 그냥 눈에 들어오는 카페에서 쉬다가…
조금 일찍 가보자며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마법같이 마츠리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는 마치 일본 청춘 영화에 걸어들어온 것 같다며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그 우연이 친구에게는 선물같은 순간이었던 것 같았다.
가끔 나도 해외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매일같이 볼 수 없는 풍경을 마주쳤을 때 마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신나서 사진찍는 친구 옆에서 나는 ‘아 이거 여름에 많이 하지. 여긴 오늘하는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심드렁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나도 어디서 언제 마츠리하는지 찾아서 가지 않으면 잘 못 보는 풍경인데, ‘사니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쉽게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마츠리를 보고 오마카세를 맛있게 먹고 집에 가서, 친구에게 말했다.
너의 신이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힘들어하는 너에게 마법같은 순간을 마치 누군가가 주고싶어한 것 같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나에게 온 선물이기도 했다.
아마 이번 우연은 우리가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회자할 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얼마나 길게 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이 곳의 작은 순간순간들에 대해 다시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이런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마츠리라는 우연은 나에게도 꽤나 마법같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