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하면 강약약강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는 편견이 있다.
사실 강약약강이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동물로서의 습성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은 인간이 가졌을 때 그렇게 좋은 자질은 아니라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일본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에만 해도 일본 사람들은 강약약강인 사람들이 한국에 비해 굉장히 높은 비율로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20-30%라면 일본은 70-80%의 정도라고 생각해왔다.
요즘은 사실… 잘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회는 명백한 약자에게는 굉장히 친절한 사회이다.
예를 들어, 몸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약자 말이다.
내가 3개월 간 휠체어를 타던 시기, 일본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혼자 휠체어를 밀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줄 서 있던 청년이 뛰어와서 이 버스 타시냐 물어봐주시고 버스를 탄다고 하니 버스 앞으로 가 기사님께 얘기를 전해준 적도 있다.
그런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기사님들이 보통 먼저 내려서 물어봐주시기도 한다.

한 번은, 혼자 장을 보고 오는데 꽤나 욕심을 부린 탓에 짐이 많았다.
그래서 무릎에 장 본 것들을 올려두고 신호등을 건넜는데, 신호등 턱에 휠체어가 걸려 무릎에 있던 것들이 모두 쏟아졌다.
그 순간, 옆에서 시크하게 걷던 여자분이 아무 말 없이 바로 내 무릎에 짐들을 모아서 올려준 후 휠체어를 밀어 횡단보도로 올려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고맙다 말하니, 이어폰 한 쪽을 빼고 시크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휙 가던 뒷모습이 참 기억에 깊이 남는다.
그 외에도 어디까지 가냐며 작은 몸으로 15분정도를 내 목적지까지 밀어주셨던 아주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거기까지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봐주던 어린 학생 등 고마운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명백한 약자가 아닌 ‘소수자’에 대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다수가 아닌 소수자, 나와 뭔가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뭔가 거부감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모두가 ‘좀 튄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같이 이지메를 시켜버리는 문화도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조직에서는, ‘나보다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빨빠진 호랑이네?’ 라는 생각이 들면 모두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끌어내버리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의 이런 점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무사정권 하에 오래 있었던 역사 때문에, 억압된 국민성이 좀 있나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하며 살지 못했으니, 오히려 그 에너지가 왜곡되어 맘 속에 쌓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혹은 아직도 의식 기저에 깔려있는 신분제의 hierarchy가 있어, 아래의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일본 사람들과 깊은 얘기를 하거나, 일본 역사를 공부한 것은 아니기에 그거에 대해 아직은 왈가왈부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안 되는 것 같다.
다만 아주 주관적인 내 생각으로는 기본적으로 상하관계를 따지는 것이 머릿 속에 꽤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는 하다.
누군가를 처음 봤을 때, 나보다 센지 안 센지 생각하고
무시해도 괜찮을 것 같으면 못되게 군다거나 하는 사람들을 집 앞 커피샵에서조차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던, 이 사람들을 아주 깊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 대해 좀 더 공부도 하고 사람들과 얘기도 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새로운 발견과 배움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해외 살이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