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나서, 온전히 한 프로덕트의 책임자로 일하며 내 스스로가 미워지는 순간들이 정말 많다.
최근에는 법무팀과 자잘한 논쟁이 있었다.
내가 담당한 프로덕트는 법 요건이 아주 중요한 프로덕트라, 매 릴리즈에 legal assessment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프로덕트의 스펙 릴리즈를 위해 법률팀과의 회의를 3-4번 정도 잡아서 프로덕트의 화면 하나하나를 보여주면서 문구까지 리뷰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릴리즈 판정을 위해 마지막으로 legal assessment를 진행하던 중, 과거에 리뷰 받았던 화면의 문구를 재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새 회사에서 pm으로 일하면서, 스스로의 리더십에 의심이 많아지고 내가 제대로 매니징하지 못하는 것 같은 순간이 많다.
그런 스트레스로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미 여러 번 리뷰 받은 건에 대해 이미 스펙 프리징 후에 피드백을 받으니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화가 났던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스펙 매니지먼트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 평판도 좋지 않다고 느꼈는데
다시금 개발자들에게 수정 요청으로 폐를 끼쳐야한다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에 대해 내 평판이 다시금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런 상황으로 내 PM 능력치가 다시 한 번 내려가야 한다는 분노.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로 내 능력치가 평가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legal팀과의 대화 스레드에서 ‘검토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몇번인가 리뷰를 받았는데 지금의 타이밍에 다시 검토 요청을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이전의 검토는 정식 검토가 아니었던 것인가요? 정식 검토의 프로세스가 별도로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일본어로는 ’前何回もmeetingで検討していただいたと思いますが、’의 뉘앙스였으니, 꽤나 센 항의였던 것 같다.
그런데, 해당 legal팀의 멤버들이 내 자리에서 꽤나 가까운 곳에 앉아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재택이 기본이라 프리어드레스제이기 때문에 매번 앉아있는 곳이 달라진다.)
내 스레드의 메시지를 두 여자분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내 자리까지 들려왔다.
인생 살면서 내 욕을 라이브로 듣는 경험은 참 오랜만이었다.
그러더니 스레드에 ‘담당자가 누구였나요? 그런 리뷰를 진행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왔고,
리뷰를 진행했던 분께서 정중하게
‘예전에 제가 리뷰했고, 그 당시에 프로덕트 쪽의 판단으로 알아서 하시기로 하였습니다만 다시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그 중간에도 저희가 체크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치만 저희는 릴리즈 전에 이렇게 리뷰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서 다시 한 번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메시지를 받으니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나도
‘아 그런 프로세스가 있는 것이군요. 덕분에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저도 사전에 사전 리뷰의 취지를 명확하게 전달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 서로 인식 차이가 있었던 부분은 제 책임입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의 메시지를 남겼고,
화를 냈던 다른 분도
‘사전 검토는 어디까지나 사전 검토일 뿐이니 다음부터는 릴리즈 어세스먼트에서 사양 변경 요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연하게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그 후, 내 매니저와 1on1을 하는데, 사실 그 타이밍의 사양 변경에 대해 릴리즈가 늦어지는 점은 pm 혼자서 판단할 일도 아니고, 판단도 못 한다. 그런 문제가 있으면 에스컬레이션 시켜서 vp레벨에서 릴리즈를 늦출 것인지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리갈 팀 사람들도 바빠서 이제와서 왜 그런식으로 말하냐고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pm으로서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그런 판단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내 매니저 분은 나에 대해 큰 신뢰가 있었다고 느꼈었는데,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스스로가 밉고 괴로웠다.
사실 내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장 큰 원인은 내 스스로가 미운 것에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을 참고 모든 것을 좋게좋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고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