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 대해

내 MBTI는 INTP/ENTP이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두 자리는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뒤의 두 자리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나는 분명 F였던 것 같다.
어쩌면 사춘기 시절의 호르몬 폭발로 인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 어릴 때의 내 모습을 뒤돌아보면 그렇다.
친구가 상처받을까봐 친구의 부탁조차 거절하지 못했고, 어떤 얘기를 들으면 가슴에 상처를 쉽게 입었다.
엄마에게는 ‘그냥 공감해달라’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극T이다. 테스트 안해봐도 앎)

만일 뒤의 두 자리가 후천이라면, 나는 후천으로 만들어진 T일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점점 내가 T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눈물이 많아지고 감정적인 생각들이 든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내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는 F 모드로 받아들이는데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T 모드이다.
엄청나게 이기적인 것 아닌가?

내가 힘든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힘들어하고, 징징대면서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에는 공감을 못하는 것 같다.
타인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귀찮은건지, 거기까지는 에너지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굉장히 이기적인 내 모습을 최근에 발견했다.
그리고 이 모습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이나 연인, 아주 친한 친구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인가?
그냥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인 걸까?
어쩌면 어릴 적, 감정에 대한 위안을 받아보지 못해서 생긴 지독한 결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모두가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을 평생 채우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확실히, 나는 감정 공감에 대해서 큰 결핍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어쩌면, 결핍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채워줄만큼의 여유는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About the autho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